Return to site

목수는 연장 탓을 않는다.

· about Photograph

목수는 연장 탓을 않는다.

요즘 세상에는 맞는 말이 아닌 것도 같다.
왜냐면 연장이 일의 반을 하기 때문이다.
산에 사는 나한테도 전기대패나 전기드릴 전기톱이 있어 탁자나 허드렛 것들을
종종 만들어 쓰거나 또 만들어서 다른 사람을 주기도 하는데,
확실히 일의 반 이상을 연장이 하고 있다는 걸 실감한다.
그렇다면 목수는 연장 탓을 않는다는 말을 다른 말로 바꾸어야할 듯 싶다.
홈런왕이 방망이 가리지 않는다, 또는 드라이버는 자동차를 가리지 않는다, 쯤으로.
운전 잘하는 사람은 어떤 자동차에 올라타도 운전을 잘한다.
반대로 초보 운전자가 고급 자동차를 탔다고 해서 운전을 잘할 수 있을까?
초보 운전자에게는 고급 자동차나 보통 자동차나 한가지로 엔진 달린 기계일 뿐이다.
사진도 그렇다.
사진을 왜 찍는지, 왜 찍어야하는지 스스로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아무리 고가 고기능의 카메라도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다.
쬐끔(?) 과격하게 말해 괜한 쓰레기만 양산할 뿐이다.
국가적으로도 손해다.
그런데 오호, 슬프다, 사람들은 사진에는 관심이 없고 연장에만 관심을 가지니
어찌 슬프지 아니하리오.
좋은 카메라=좋은 사진?
아니 그렇다면 좋은 카메라를 장만하면 포토 컨테스트에서
싹쓸이를 해야 옳지 않은가 말이다.
가끔 사람들이 내 사진을 보곤 이런다.
--이야! 이런 거 찍으려면 사진기가 좋아야 하죠? 무쟈게 비싸죠?
그런 게 아니면이런 거 찍을 수 없을 거야...
이럴 때 나는 속상하다.
여러분은 어떤가. '그럼요, 웬만한 카메라로는 어림도 없죠' 라고 의기양양하게
대답하겠는가?
확실히 카메라는 두 가지 용도로 쓰인다.
작업용과 과시용.
자, 이제 내가 가진 카메라의 용도는 어디에 해당하는지 한번 생각해보는 게 어떤가.
작업용이라면 내가 찍고자 하는 테마에 적합한 것인지, 아니면
작업과 관계없이 철저히 '멋부리기용' 으로 쓰이고 있는 건 아닌지.
멋부리기용이라면 마이너스 카드를 긁어서라도 최고가의 금딱지를 메고 다니는
게 낫지 않은가? 기왕 폼 잡을 바에는 말이다.
어설프게 메고 다니면 사진도 아니고 폼도 아니고 스타일 팍 구길 테니깐.
렌즈의 화질이나 색감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도 바람직한 건 아니다.
화질이 어떻고 색감이 어떻고, 이것은 마치 옷을 사입었는데 몸에 맞는지 안 맞는지는
제쳐두고 옷감에만 집착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이다.
화질에 고민하지 말고 색감에 고민하지 말고 내가 사진을 통해서 표현(말)하고
싶은 게 있는데 아, 이거 장난 아니네, 왜 이렇게 안 되냐를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민해야할 것이다.
그러려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한다는 야근데, 공부라면
지겨운데 도대체 무슨 공부를 또 하라는 거냐...
나는 초심자 여러분에게 화두 하나를 놓고 가겠다.
--왜 찍는가...?
사진 / 예술가 이외수 / 싸구려 카메라로 찍었다 / 그의 2층 골방에서.

All Posts
×

Almost done…

We just sent you an email. Please click the link in the email to confirm your subscription!

OKSubscriptions powered by Strikingly